
한국의 고령화 속도나 출산 관련 통계가 나올 때마다 많은 국민이 우려를 나타낸다. 하지만 그때뿐이다. 걱정 후에는 금세 일상으로 돌아간다. 심각한 문제임은 모두가 인지하지만, 당장 내 생계를 위협하는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. 게다가 저출산 · 고령화는 정부가 15년 동안 380조 원을 쏟아붓고도 해결하지 못한 난제다. 일반 국민으로선 거스를 수 없는 운명으로 받아들여질 만하다.
그러는 사이 우리나라 총인구는 지난해 정부 수립 이래 처음으로 감소했다. 출산율은 통계 작성 이래 최저치까지 추락해 경제협력개발기구(OECD) 38개 회원국 가운데 꼴찌라는 불명예를 안았고, 국민 6명 중 한 명은 65세 이상 고령자가 됐다. 50년 후에는 국민 두 사람 중 한 명이 고령자다. 청년 1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하는 시대가 열린다는 뜻이다.
노인 부양 부담이 커지면 국가 경제도 발목을 잡힌다. 새로움에 관한 도전보다 익숙함에 머무는 걸 선호하는 노인 특성은 신산업과 혁신 기업의 탄생을 방해한다. 정부로서는 부지런히 세금을 걷어도 그 돈을 경기 활성화 정책에 재량으로 쓸 수가 없다. 나라 곳간 대부분이 기초연금과 같은 의무지출에 묶이기 때문이다. 전문가들은 하루라도 빨리 ‘경제 마비’의 씨앗이 될 인구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한다.
◇ 청년 1명이 노인 1명 부양하는 세상 온다.
먼저 우리나라 인구 관련 통계부터 짚어보자. 통계청이 올해 7월 발표한 ‘2021년 인구 주택 총 조사 결과’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총인구는 5173만8000명(2021년 11월 1일 기준)으로 전년 대비 9만1000명 줄었다.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래 처음으로 감소한 것이다. 작년 연평균 인구 증감률(인구 성장률)도 -0.2%로 사상 처음 마이너스 성장했다.
문제는 인구 구조다. 총인구가 줄더라도 그 나라의 생산·소비 주축인 생산연령 인구(15∼64세) 비중이 그대로라면 상황은 좀 나을 것이다. 하지만 인구 감소가 고령화 · 저출산의 산물이라는 점에서 구조적 변화는 필연적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.
통계청 ‘출생 통계’에 따르면 지난해 출생아 수는 26만600명으로 1년 전보다 1만1800명(4.3%) 감소했다. 합계출산율(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)은 0.81명으로 통계 작성 이래 최저치까지 떨어졌다. OECD 38개 회원국 중 합계출산율이 1명에 못 미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. 반면 지난해 고령층인 65세 이상 인구는 870만7000명으로 1년 전과 비교해 41만9000명(5.1%) 증가했다.
이런 추세는 계속될 전망이다. 그에 따라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17.5%에서 2070년 46.4%로 28.9%포인트(p) 커진다. 같은 기간 생산연령인구 구성비는 71.0%에서 46.1%로 24.9%p 줄어든다. 자연스레 노년 부양비(생산연령인구 100명당 고령인구 비율)는 24.6명에서 100.6명으로 급증할 전망이다. 50년 후면 생산 활동을 하는 모든 국민이 각자 한 명의 노인을 먹여 살려야 한다는 뜻이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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